1. 가장 이상적인 학교? 가장 현실적인 학교? |
현재 이우학교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지형 및 지리상으로는 경기도 분당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아니다.
이런 이우학교는 설립되기까지 준비기간도 짧지 않았고 그 과정역시 복잡단순(?)하다
100인의 공동설립자가 꼬박 3년을 준비했으며,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자원도 순수한 기부금으로 한정했습니다.
혹자의 귀족학교라는 평가는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은 학교의 이름부터가 궁금하다... 이우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이우'(以友)는 벗과 함께라는 한자어이다. 학교의 이름에서부터 이우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관의 향기가 슬몃 풍겨온다.
이우학교의 주변은 온통 산으로 뒤덮여 있다. 그래서 학교를 가기 위해선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다.
도착하고 보면 학교가 조금 세련된 유럽형 건물같은 느낌은 들지만 학생의 규모에 맞게 학교가 작다..
학생수가 한 학년에 중학교 60명 고등학교 80명밖에 되지 않는다.
최대한 유럽의 성공한 교육모델에 입각한 방식이다. 한반에 학생수가 20명을 넘지 않도록 하며 이에 따라 교사가 수업시간에 혹은 담임으로서 책임지는 학생수 역시 2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
작은학교=행복한 아이들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에 가장 충실한 학교의 모습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우학교의 모습
출처: 다음 카페
이는 한 아파트 단지 걸러 학교가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치면 웬만한 중학교의 전교인원보다 적은 숫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산속의 작은 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위의 언급한 인원수의 적절성과 이 학교에서만이 추구하는 교육방식, 해당학교의 철저한 교육철학때문이다.
밝게 웃고 있는 정광필 前 이우학교장
정광필 이우학교 前교장은
“아이들의 가장 깊은 내면의 힘을 성장시키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수업방식을 우리나라 학교에서 만연하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식수업으로 진행을 한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자신의 사고의 성장을 도모하고 나아가 공동체와 협력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원리이다.
그 누가 이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겠는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모두 은연중에 본질과 기초를 잊어 버린채 대한민국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말은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의 말도 아니요, 성인군자의 말도 아니다.
정광필 前교장의 교육관일 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콜럼버스가 계란의 끝을 살짝 깨고 탁자위에 계란을 세웠을때처럼 당연한 것을 시도하며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고 신세계를 발견한 것과 같은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누가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시도한다는 생각을 했겠는가?
그 누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교육계의 콜럼버스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혁명가이다"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 대한민국은 희대의 (교육)혁명가를 가진 것이다.
그것도 지난 몇십년간 교육이 문제라고 공공연히 치부해왔던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에서 말이다.
정말 몸도 말라버리는 한여름날 하늘에서 쏟아지는 단비와도 같은 그다..
혁신적인 이우학교를 본뜨기(?) 위한 초청강연에 나서고 있는 정광필 前교장과 이우학교 선생님들
출처 : 경향 닷컴
지금 그는 현재 교장직에서 물러나 있다. 그리고 많은 강연들을 통해 이우학교의 교육철학을 교육자들에게 , 새로운 혁명가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이수광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교장직에서 그가 물러났어도 학교의 교육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우학교가 더 좋아지기까지 했다. 검정고시가 따로 필요없는 인가형 대안학교이기도 하며, 매스컴에 몇 차례 보도되기도 한 뒤,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졌고, 더군다나 경기도 교육청지정 혁신학교로 선정되어 기존의 고액(?)의 수업료를 내는 체제에서 일반학교의 비용만을 내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동등해진 것이다. 기존에는 수업료로 인해 귀족학교다라는 평가가 더러 있었고, 기부금을 얼마는 내야 들어갈 수 있다는 낭설까지 떠돌았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아 재정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제 그런 낭설에 따른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2. 이상적인 학교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
이우학교는 초등학교가 아닌 중, 고등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노작교육과 체험학습을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토론및 모둠활동을 통한 수업이 이우학교의 수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치열한 입시대란에속에서 고등학교의 노작교육+체험학습이라 한다면 이는 곧 자살행위라고까지 여겨지는 판국이다. 하지만 이우학교는 자살행위라고 여겨지는 학습을 통해 아이들을 이 지경(?)까지 끌어올렸다.
평균이상을 훨씬 웃도는 이우학교 학생들의 성적변화표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이우학교의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론을 한다. 교사가 주최하고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주최하고 사회를 보며 '좋은 수업만들기'라는 회의시간을 통해 그들 스스로 발전적인 수업을 꾀하려 노력한다.
한 학생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강의식 수업시간을 줄이고 모둠토론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발언이다.
대한민국안의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발언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우학교와 함께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 EBS의 교양프로그램은 나에게 실로 충격이다.
토론시간과 더불어 다양한 (클럽)활동을 장려하는 이우학교..전인적인 인간상의 모습이다.
이우학교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마치 유럽의 혹은 미국의 성공적인 교육모델의 학교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열려있는 사고와 어디서든 받아들일 수 있는 토론의 자세가 그러했다.
학교를 올라가는 길에서도 걸터앉아 서로간의 열띤 토론을 벌인다. 쉬는시간에 난간에 걸터앉아 열띤 토론을 벌인다. 수업시간에 또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정규학교들의 학생들이라면 아마 토론에 지쳐 나가 떨어질 것이다.
주입식 수업에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사고하는 과정과 질문을 끝없이 구하는 태도따위는 생략되어버린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내 생각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끝없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비단 시험지에서 답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1+1=2가 나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1+1=2가 나오는 과정을 이해하고 이해하는 과정중에 어떻게 해서 ? 무엇 때문에? 라는 질문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은 사물에 대한 이해요.. 나아가 자신에 대한 이해일 것이며 끝으로는 인생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답은 어디에도 없다. 4지선다 5지선다에 익숙한 우리시대의 학생들이 이 글을 보며 답을 찾아야(찍어야)하는데 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아주 정확한 답은 없다. 단지 거기에는 끝없는 탐구(성찰)만이 있을 뿐이다.
3. 이렇게 이상적인 학교에 특별함 역시 존재하기에 더더욱 특별하다. |
우선은 이런 대안학교를 대한민국이라는 척박한 교육의 산실(?)에서 정부지정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았으며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인가형대안학교라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공)교육의 폐해를 느낀 학부모들과 많은 교육자들의 동의하에 수많은 대안학교들이 많이도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대안학교들중 졸업한 뒤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학교들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특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실질 감각이 떨어진, 교육에 무뇌한인 정부부처 교육 관료들도 인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우학교는 또 한가지 특이한 경력이 있다.
비록 학생들이 학교건물을 보고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이우학교는 2005년 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학교건물은 보기에도 특이하다.
대부분이 철골과 목재로 지어졌다. 시멘트의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리고 건축양식이 유럽풍이기까지 하다. 이런 특별함 속에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와 더불어 아이들의 건강까지 챙기려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우학교는 아까 이야기한대로 대한민국 교육에서 자살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노작교육과 체험학습 토론식 수업이 수업진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토론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규수업시간인 45~50분 수업규정을 버리고 80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블록수업형식으로 운용을 한다. 80분이라는 시간을 듣고보니 너무 길다. 지루해서 견딜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하지만 이는 블록형수업의 진행방식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80분 수업은 토론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업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 위에 잠시 언급했던 한 학생의 말처럼 토론수업시간을 조금 더 늘이자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이만 보아도 80분 수업은 토론수업의 필수요소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이우학교는 정규학교들과 다르게 80분 수업이란 특별함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게 되면 천연의 자연이 함께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노작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이우학교만의 논과 밭이 있다. 봄에 논에 나가 직접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는 잡초도 뽑고 어느덧 가을이 다가오면 제손으로 추수까지 경험한다. 그와 함께 밭에서 상추씨를 뿌리고 이따금씩 자신들이 키운 상추를 급식에 사용해 자연과 농사의 경험을 알아가는 것이다. 학교에 농사선생님이 있을 정도로 노작체험에 교육의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중의 하나인 경기도 성남이지만 이 곳 성남의 이우학교는 이런 가장 한국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또 이곳 이우학교는 ‘공부’가 아닌 ‘배움’을 강조하고, ‘배움의 공동체’를 강조한다..
공동체를 강조한다. 우리 입시현실은 공동체가 아닌 경쟁만을 강조하고 누가 테이블위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느냐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리고는 그 테이블위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올라가 있으면 시기하고 질투하며 저 위의 사람은 꼭 나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간에 경쟁의식을 버리고 함께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수업방식은 토론을 통한 협력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토론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입학할때 쓰는 사교육포기각서이다.
사교육포기각서라니..사교육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을 포기하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말인가?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결국에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배경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러하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니 학생들은 학문을 탐구하고자 원한다면 학교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머무르는 동안 자연스레 공부를 한다. 그런데 이 공부는 서로 가르치는 것이다. 아니 서로 배우는 것이다.
아니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가 여기서 실현되는 것이다. 나는 가르쳐줌으로써 나 자신의 모자람을 자각하여 배우게 되는 것이고, 한번 더 복습한다는 의미에서 또 배우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크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실로 간단하지 않은가?
배움의 공동체의 실현에는 어려운 것이 필요없는 것이다.
서울대가 모든 교육의 지표는 아니지만 이런 배움의 공동체 철학 실현아래 대안학교라 불리우는 이우학교에서는 서울대를 입학시킨 성공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특별함을 넘어선 특별함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이우학교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이우학교 설립당시의 말처럼 진입장벽도 높고 제한사항이 많아 결국엔 자본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우학교는 수업료의 차별화를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가 그러던가 "처음만 힘들지...." 그리고 이런 속담역시 생각난다.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나는 그래서 지금 넌지시 대한민국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고통받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또 다른 혁명가가 나오기를 조심스럽게 고대해 본다...내가 저높은 창공을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고 얼마나 더 멀리 날 수 있는지 지금 우리들의 학교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잡학 사전 2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에서 수업을 왜 하지? 인생을 왜 살지? 라는 의미와 같을까 (0) | 2020.09.21 |
---|---|
학생폭력??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0) | 2020.09.20 |
우리들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0) | 2020.09.19 |
왜 우리는 공부를 하면서 살아야 될까? (0) | 2020.09.15 |
과거 자율형 사립고 미달사태를 통해 바라본 교육정책의 방향은? (0) | 202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