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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교수의 변방이란

잡학사전1 2020. 11. 3. 08:16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요즘같은 이런 날 가볍게 독서를 하기에 알맞을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변방을 찾아서'라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신영복'교수가 써 낸 책이기에 책을 선택하는데 선뜻 주저하지 않았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체에서삶의 굴곡이 더러 보이지만

언제나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신영복 교수는 그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더 유명해진 성공회대의 교수님이다.

 

나도 비록 신영복 교수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가 출간한 책들과 그가 등장하는 미디어를 통해

그 분의 생각과 행동을 작게나마 관심가지고 있다. 

 

그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특별가석방으로 1988년을 끝으로 20여년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나온 분이다. 

 

저자는 삶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다.

나는 비록 그 분의 생각과 행동을 닮을 수는 없지만 닮아보고자 하는 마음만은 그저 가득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소주 '처음처럼'의 한글 글씨를 신영복 선생님이 쓰셨다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 '처음처럼'

 

 

처음처럼의 글씨체가 신영복 선생님의 서체였던 거다.

 

이쯤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는 각설하고, 변방을 찾아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그의 책 변방을 찾아서는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돌아다니며 변방을 견문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소회들을 기록한 책이다.

 

변방에 관한 신영복 선생님의 생각은 한마디로 이러하다.

 

변방은 창조공간입니다.

 

 

책을 읽어보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변방의 개념이 역전되었다. 내용을 읽고 생각해보니 사실 그대로이다.

기실 찬찬히 따져보니 우리가 한번도 주의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지

변방이란 것은 원래 창조의 공간이었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처였다.

 

변방이란 것을 단지 낙후된 공간적 개념으로 인식할 일이 아니다.

세계의 역사는 그러했고, 지금도 역시나 그러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박원순 시장의 역사관과 삶의 방향도 그러했다.

그는 역사는 변방이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변방이라 여겨지는 벽초 홍명희 - 임꺽정의 저자

 

그의 삶도 그러했다. 시민운동이라는 변방의 서사적 공간에서 삶을 진행하고 있던 그가 서울시장이라는

중심부로 진입하게 되었다. 

 

책의 중간에는 항민, 원민, 호민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허균의 호민론을 간략하게 펼쳐놓았는데

 

조선시대때부터 이미 시민운동의 개념은 존재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도 변방이라고 볼 수 있는 시민운동의 개념이 철저한 신분차별이 존재했던 그 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한다.

 

체제와 주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고 주체성과 저항성을 확보하고 있는 민중이

바로 호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이세종 열사 -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

그는 1998년까지 비공식적인 5.18의 첫 희생자였다.

 

호민을 제 3의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나는 지성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지식인 지성인이 아니다.

 

깨어있는 지성인이다. 행동하는 지성인이다.  집단지성이다.

이책에도 등장하지만 前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말을 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나는 이 표현이 현재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집단지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변방의 세계에서 시작한다. 내가 태어날때부터 중심부였고, 삶을 살아가는 나절을 우리는 

온통 중심부에서 보내지 않는다.

 

 

'변방을 찾아가는 길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바로 그곳이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변방을 찾아서 中-

 

 

변방을 손수 찾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 자신을 언제나 중심부에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것이 어려운 것을 안다. 비록 어렵지만 매 순간의 삶에서 '스스로를 추방하는 삶'을 살려 노력한다면

궁극적인 변방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영복 교수님의 이 책에 담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독자가 재구성할 수 있으므로 나는 이 책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물론 이 책에 이런 내용 말고도 다른 여러가지 부분을 담으셨을 것이다.

 

책이 그리 두껍지도 않고, 글씨가 많은 것도 아니다. 글은 적지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다가오는 선선한 날 맑고 높은 하늘 아래서 스스럼없이 벤치에 자리해 천천히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