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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과 태연한 인생 책 리뷰

잡학사전1 2020. 11. 4. 08:16

#1. 은희경과 태연한 인생

 

은희경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노라면 우리들의 일상이 묻어나 있음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말은 곧 우리들에게 가까운 일상이기 때문에 글도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말과 같다. 그녀의 책 마이너리티를 보면 그러하다. 그녀는 인물묘사와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인물간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내기에 딱딱한 스토리로만 진행되는 여타 소설들과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은희경 그녀의 책 태연한 인생

 

 

책은 크게 

 

1부. 이야기의 세계

 

2부. 그들 각자의 극장

 

3부. 거짓과 상실의 세계. 

       거짓으로 사랑하였으나 

       목 놓아 울었다. 

 

4부. 노래의 세계

       사랑하는 자는 없고 사랑만 있다. 

 

 

제목이 태연한 인생이다. 초판 인쇄를 6월에 했으니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 

 

처음에 태연한 인생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내용이 도대체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함이 생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태연한 인생' 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이야기의 주가 되는 이들은 류와 요셉이다. 

류가 전면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 요셉의 제자로 등장하는 이안이 오히려 류와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연의 느낌이다. 

 

이야기에 주가 되어 등장하는 요셉은 태연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서사는 주로 요셉에 의해 표현되고 태연한 감정과 일상은 오히려 류에게서 표현된다. 

 

류를 전면적으로 등장시키지 않게 되자 어느덧 류의 삶은 이제 독자들에게 태연한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반면 요셉에 의해 서사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설안에서 이따금씩 

태연한 인생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의 인생이 전혀 태연하지 않은데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요셉은 전날의 그 복잡했던 사건들과 감정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이내 '자신만의 태연한 인생'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실패한 모험을 마치고 자신이 믿지 않는 것들 속으로 천연덕스럽게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정해진 일과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표현에서 그것이 느껴졌다. 

 

류는 이미 태연한 인생에서 들어가 있는데 반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도..그리고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면서도 

류에게서는 '절제'가 요셉에게는 '넘침'이 느껴진다. 

 

책속에서 요셉은 어쩌면 또 다른 은희경의 이데아일지도 모른다. 

부분적이지만 작가인 요셉은 그 특유의 '넘침'의 표현으로써 문단의 상황을 

이중적으로 비판한다. 

 

또 부분적이지만 역으로 류는 '절제'된 행동묘사를 통해서 문학과 시나리오, 

시나리오와 문학이라는 문학계의 취약점을 비집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류의 적막한 감정을 읽을라치면 어느덧 요셉이 나와 요셉의 빠르고 투박한 서사가 진행된다. 그렇게 작가는 류와 요셉의 상황을 왔다 갔다하면서 소설을 진행시켰고, 어느덧 마지막 장을 쉽게 넘기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내게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표현들 생각해 보기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는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세계는 고통을 실어나른다. 고통은 관계의 고독이고 고독은 개인됨의 고통이었다.'

 

 

 

 

'인생이라는 필름은 조금도 심각하지 않답니다.'

 

'세상일에 곤란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니, 근심과 곤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라'

 

'이미지는 순간적으로 쏘아올린 광선같은 것이고 자체로 완결되기 때문에 진위같은 건 없다.'

 

'행동이란 건 개인이 가진 고유한 행위이다.'

 

'소수라는 것 자체가 곧바로 정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다수에 의해 소외된 다양한 관점과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존중하려는 의도일뿐 소수라거나 소외된 사람의 의견이라서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닌 것이다.'

 

 

 

 

그녀의 표현들 중 특이하다고 생각되거나 크게 동의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 중에서 이 글귀를 보고는 한 가지 의문점이 크게 들었다.

'배려와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야말로 자기가 가장 혐오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진정한 헌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작가도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기 때문에 그녀가 만든 요셉이라는 인물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이 글귀를 보고 문득 내 자신이 헌신이라는 명제에 대해서 얼마나 진실된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누구에게 혹은 어떤 대상에게 진정한 헌신이라는 것을 해 보았던가 하고 말이다. 나도 헌신이라는 것을 해 보았던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찌보면 진정한 헌신이란 것을 해 본적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헌신이라는 것도 결국은 내 자신이 잘 되기 위해서 했던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상에 진정한 헌신이란 없는 것일까?

 

우리들 모두 '태연한 인생'이라는 테두리 속에 들어가기 위한 '헌신'을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표현이었다.  

 

이렇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가지며 마지막 책장을 넘겨보니 책은 어느새 마지막 장을 향해 있었다. 이런 스토리와 표현들을 천천히 생각하면서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찬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