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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 사전 3 - 리뷰 및 창작

레미제라블-비참함,신념,힐링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의 사이에서

by 잡학사전1 2020. 9. 22.

뮤지컬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는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

온화한 모습의 판틴과 어딘지 모르게 슬픈 얼굴을 한 그의 딸 코제트

<출처: 다음 영화>

 

내가 예전에 봤던 뮤지컬 영화중 인상 깊었던 영화는 맘마미아와 헤어 스프레이였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그 두개의 영화보다 노래가 훨씬 많았다. 

아니 영화의 전체가 노래로 진행되는 형식이었다.

 

맘마미아는 워낙에 많이 알려졌던 외국 음악 그룹인 아바(Abba)의 노래가 나오기에 흥미있게 봤고

헤어스프레이는 처음으로 보게 된 뮤지컬 영화라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등장하는 노래는 다 몰랐지만 영화가 굉장히 유쾌하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즐거운 느낌이 더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영화 레 미제라블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래서 그런 한 편의 훌륭한 뮤지컬을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반응이다.

 

나는 후자였다. 살면서 뮤지컬을 본 적은 없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몇 차례 본적은 있지만

뮤지컬이 그런 느낌이라면 뮤지컬도 꽤나 할 만한 문화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종일관 노래로 진행되는 영화형식이 다소 낯설기는 했지만 2시간 30여분이 훌쩍 지나갈 만큼 

몰입도가 높은 뮤지컬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 무작정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면서 아무리 프랑스어이지만 

miserable 이라는 영어단어가 생각이 났다.

 

그냥 빵 훔치고 감옥에 수감되었던 장발장 이야기일텐데 왜? 제목이 레 미제라블일까?하는 궁증증이 있었다.

거기서부터 나의 오류가 있었다. 장발장은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요 이야기일 뿐이었다.

이미 레 미제라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이고, 극이었는데 이게 영화화 되기 전에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알고보니 miserable이라는 뜻은 영어단어의 의미와 똑같이 비참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냥 생각해보건데

Les는 영어 표현의 The 정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The miserable: 비참한, 절망적인 사람들 의 프랑스식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보고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나 역시도 이 제목처럼 비참함에 넋을 놓을 지경이다.

 

바리케이드 너머, 위에서 tomorrow를 부르는 성난 군중들의 모습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역사, 시대적 배경을 장면으로 표현해 낼때 그 비참함, 절망스런 일반 대중들의 삶을 얼핏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빵 하나 훔쳐놓고 19년동안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비참하다는 건지,

자신의 신념과 맞서다 자살을 택한 자베르가 비참하다는 건지,

계급의 한계를 넘지못하고 혁명에서 싸늘하게 시체로 변해버리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에포닌이 비참하다는 건지,

생계를 유지할 돈 몇 푼이 없어 돈 몇 푼을 위해서 공장노동자, 매춘까지 그리고 죽게되는 판틴이 비참하다는 건지, 

아무런 대안도 준비하지 못한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만을 기다리며,시민혁명을 꿈꾸던 청년들이 비참하다는 건지, 시민혁명을 꿈꾸고 처음엔 동조하는 듯 하지만 국가권력에 맞서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삶이 비참하다는 건지,

시민혁명에 처음에는 동조하지만 계층이나 계급으로 나뉜 삶과 서로 다른 세대들의 뜻을 모을 수 있게 통합하지도 못하는, 통합받지도 못하는 그 시대적인 한계가 비참하다는 것인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나중에 혁명이 성공해서도 비참한 삶을 살게되는 민초들의 삶이 비참하다는 건지,

 

영화의 제목의 함의가 참 다중적이다.  어디가 정확하게 비참한 부분이다라고 꼽아 이야기하기는 힘들 듯 하다. 

그들 모두의 삶이 비참함 대변될 수 있고, 그들 모두에게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거대한 가구 바리케이드 위에서 tomorrow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민혁명의 성공적인 모습을 담아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영화에서만 표현해 낸 현실에서는 민초들의 시민혁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장면이 성공적으로 끝나 감동적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그것이 더 비참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더 강했다. 영화의 최종적인 의미는 그것이 아닐까 싶다. Les Miserables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혹자는 레 미제라블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상황에 빗대어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대선패배의 아픔을 힐링받을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아픔을 굳이 영화와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연결짓는 것이 나는 더 안타까운 안쓰러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영화 안에서 성공적으로 끝맺은 혁명이었다면 그런 힐링의 위로는 '힐링'이라는 단어표현이 성공적이라 말 할 수 있지만

 

나도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영화의 이면에서 현실부정을 찾지 말며, 굳이 영화안에서 힐링을 받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그런 관점은 예술의 한 장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도록 표현해 낸 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려는 듯 하다.

 

영화를 보기 전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앤 해써웨이의 연기가 일품이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기대를 하고 보게 되었다. 또 그녀의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줄 알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게 되니 그녀는

 

 

이런 게 진정 배우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 앤 해서웨이의 연기력

 

영화의 초반부와 영화의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는 정말 최고라고 칭찬해줄 만 했다. 

 

난 그녀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로 그저 대박을 친 인기배우 정도로 생각했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 몇 편을 보았지만 그 영화들 안에서 그녀의 연기는 나에게 감흥을 줄만큼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그녀가 불렀던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무척이나 충격이고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개인적으로 I dreamed a dream은 주변 사람들이 하이라이트라도 꼭 봐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에 대해서 칭찬을 하자면앤 해서웨이뿐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가 다 뮤지컬 배우같았다. 

아만다 프리사이드나 앤 헤서웨이,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의 노래에 관객들은 아마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도 실제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 역할이었다.)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불렀을 때 나 역시도 그 장면에 몰입해 내가 그런 꿈을 마치 꾸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본 것인데 앤 해서웨이같은 경우는 노래를 너무 잘해서 알고보니, 원래 그녀가 어릴 적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 역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판틴역할을 했었다고 하니 그녀의 노래가 왜 감동으로 다가 오는지, 왜 뭇 감성을 자극하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이렇다라고 홍보하는 영화의 각 장면에서 주,조연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인상깊다.

 

원래 스토리라는 것이 사건과 인물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이 영화를 볼때도 마찬가지 몇몇 인물간의 관계에 주목을 하고

그들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의미들을 천천히 따져본다면 흥미가 있을 것 같다.

 

 어린 코제트와 장발장

 

장발장(휴 잭맨)과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관계, 피도 나누지 않았지만 언제나 코제트에게 헌신했던 장발장의 모습, 자신과 신(God)에게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올바르게 살아가기로 결심한 그의 헌신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죄수와 간부에서 죄수와 경찰 간부로 다시 만나게 된 장발장과 자베르

 

그리고 레 미제라블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게 만드는 장발장과 자제르의 관계,

죄수와 경찰 간부로 시작해서, 시장과 경찰간부, 그리고 종국에는 다시 도망자와 경찰간부으로 끝나지만 결국에는 자살을 택한 자베르, 그들의 미묘한 극적 흐름이 영화의 몰입도를 더해준다. 장발장(휴 잭맨)과 자베르(러셀 크로우)의 서로간의 신념과 의지의 대립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그리고 영화의 초반부와 종반부에서 장발장과 판틴(앤 해서웨이)의 관계, 공장장(시장)과 여자 공장직원으로서의 첫만남에서, 종반부 한 교회안에서 죽어가는 장발장과 이미 천사가 되어버린 판틴, 그리고 곧 죽음을 맞아 서로 천사가 되어 서로를 맞이하는 그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 세가지의 인물 관계도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또 이외에도 여러 인물간의 관계가 등장하지만

추가로 사랑을 주 테마로 보는 이들에게는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우연한듯 필연적인 사랑,

그리고 이루지 못한 에포닌과 마리우스의 사랑에서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 기사로 레 미제라블에 대한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영화값 8천원이 너무 싸다는 제목의 리뷰성 기사였다. 처음에는 이 기사를 보고, 레미제라블이 뭐길래 ?? 뭔데?? 이렇게  극찬을 하나 싶었다.

헌데 이 영화..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리뷰를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이 영화 꽤나 추천할 만한 영화다. 가끔은 이런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혼자 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영화는 원래 혼자봐야 몰입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