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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 사전 3 - 리뷰 및 창작

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by 잡학사전1 2020. 10. 12.

정바비 산문집의 겉은 오렌지색이다. 오렌지색의 겉은 까면 녹색의 표지가 나온다.

녹색의 표지 안에는 어떤 글들이 들어 있을까?

 

다짜고짜 정바비라고 하니 모르겠지만 정바비는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멤버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는 음악에 관한 내용들이 조금(?) 나오는 편이다.

그 외에는 일상의 소소한 느낌들을 적은 책이라고 하면 알맞을 것 같다.

 

 

내용은 크게  

Chapter 1. 낭만과 각성

Chapter 2. 불편의점의 점장이 되고 싶다.

Chapter 3. 이분법의 유혹

Chapter 4. 오렌지 반쪽

에필로그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책의 첫머리에 서문대신 쓴 글)가 없다. 그런데 에필로그는 있다.

저자가 뭔가 신선한(?)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글에도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시종일관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을 또라이(돌+아이) 혹은 싸이코패스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그가 음..약간 똘끼가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돌+아이는 아닌것 같다. 굳이 예술가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의 시선에서 표현하면 예술적인 돌아이기질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책의 리뷰처럼 몽상가, 망상가, 감상가라고 표현하는 게 알맞을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인지도 있는 가을방학이라는 인디밴드의 멤버에 연세대도 나오고 음악도 만들고 글도 만들면서 그럭저럭 먹고사는 것 같다.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는 곡으로 유명하다. 유명한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많이 해서 알려지니까 대중적으로 굉장히 유명해진 느낌이 조금 있다.)

 

내게 인상 깊었던 몇몇 부분들

 

진단명 싸이코패스 : 공감능력과 이상인격자 그리고

무언가의 부재는 곧 싸이코패스라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자신을 돌아이로 시종일관 규정짓는다. (ㅋㅋㅋㅋㅋ)

 

 

 

 

이 숙녀분은 그야말로 여성을 대표할 만하군 : 연인과의 관계 연심에 관한 것들,

그 중에서도 ' 연인들에게 필요한 건 통계와 설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겸손과 서로를 향한 감사다.' 라는 표현이었다.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겸손과 서로를 향한 감사'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나 역시도 생각한다.

 

 

 

 감정경제 : 연애를 경제의 한 부분이라 일컫는 정바비, 그의 연애관은 이러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애를 경제의 한 측면(?)으로 바라본 것들은 많았지만 이런 경제적인 관점에서

소비와 생산, 그리고 대출과 같은 개념으로 연결지은 경우는 처음 본다.

 

'그 전까지의 감정경제가 생산(입금)과 소비(출금)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패턴이었다면 연애의 시작과 함께 채권, 단기금리, 중도상환, 풋옵션과 같은 개념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온다.'

'만난 순간부터 차곡차곡 착실하게 쌓여가는 희로애락의 역사를 채무처럼 안고 아직 오지 않은 인간 감정의 불확실성과 악전고투하는 것이 연애이기 때문이다. '

 

 

 겨울 : 만약 내게 겨울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고 있어도 결국은 추운 계절'이라고 하고 싶다.

강원도 화천의 7사단에서 GOP와 그 일대에서

4년여간 군생활을 한 나는 이 말에 아주 크게 공감했다.

 

겨울이라는 걸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시점을 말하노라면 군생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나도 그래서 언제가부터 추운 겨울이 싫어졌다.  

 

이분법의 유혹-이름 : 제목인 이분법의 유혹 이름 이지만 사람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이분법이라는 것을 바라보고 저자가 가진 느낌을 표현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제멋대로 기준을 세워보고 이분법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겠는가?

나 역시도 그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씩 빠져보는 이분법의 유혹

 

 

 

 

전체 평을 하자면 사람마다 느끼는 그 가치가 다르니 무어라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스타일의 산문집은 소장하기보다는 버스나 지하철 여유로운 한 때 지나가면서 한두번 읽어보고 생각해보기에 알맞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