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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 사전 3 - 리뷰 및 창작

6.25 전쟁과 동족상잔의 비극- 영화 고지전 리뷰

by 잡학사전1 2020. 10. 26.

# 1. 고지전에 관한 단상..

주말을 이용해서 개봉한지는 조금 된 영화지만 고지전을 보게 되었다.

고지전의 주배경이 되는 곳은 철원의 백마고지이고, 9사단의 전투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지만,
고지전을 보던중 백암산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물론 영화의 실제 촬영장소도도 백암산이었다. 하지만 난 그 백암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근무했던 7사단이 위치한 지역 역시도 등장했다. 영화중간에 백암산이라는 말이 나와서 
검색을 해 보니 철원과 화천 양구를 걸쳐서 전방 고지부근에서 일어났던 전투였다.

더군다나 군에서 중사로 근무했던 나는 GOP에서 복무를 했고,  나는 백암산을 인접해서
백암산도 자주 가 보았던 터라서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실제로 내게도 피의 능선이라든가, 펀치볼, 크리스마스전투 등은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었다.
또 그 지역에서 국방부 유해발굴단 사업도 참여해서 유해를 6구나 발견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지전은 내가 더욱 몰입해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내용은 애록고지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내용이다.

애록고지는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동부전선에 위치한 실제의 지역을 단지 '애록'이라고 이름지은 것이라고 한다. 궁금해서 계속 검색을 해보니 양구쪽에 위치한

한데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고지의 이름이 생긴 이유를 말했었다고 한다.
Korea를 거꾸로 쓰면 ae-rok입니다. 이라고 해서 애록고지라고 했다고 한다.

헌데 이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아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니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배경이 되는 고지들을 바라보니 비단 한곳에 국한되는 전쟁이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애록고지는 이러한 배경하에 명칭지어졌다고 한다. 애록고지는 그 한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복무했던 지역인 적근산, 백암산, 금성천, 백석산등은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지형이다.

 

 

 -고지전-

 하나의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인근 30~40km의 지역을 점령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리고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라면 고지점령은 영토를 확정한다는 것이죠, 은폐할 곳도 없고 사람목숨으로 밀어 부쳐야 하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치러하는 특수전으로 특히 백마고지 전투는 실제 하루에도 3~4회 주인이 바뀌는 가장 치열한 접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록고지-

 반경 2.5km 정도의 아주 작은 고지들을 말하며 통칭 애록고지라고 부르고, 인근 금화, 용성 30~40km를 커버하고 휴전협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정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실제 한국전쟁에서는 피의 능선, 펀치볼, 단장의 능선, 949고지, 크리스마스 전투, 백마고지, 포크찹고지, 후크고지, M-1 고지, 베티고지 등 실제 각 고지들에 붙여진 별명들이 있습니다.

                                                                   출처: 방위사업청 블로그



# 2 . 고지전에 관한 단상..

전장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중위가 된 김수혁(고수)
유일한 여군 임민군 저격수 차태경, 2초(김옥빈)
방첩장교로서 동부전선에 투입된 강은표 중위(신하균)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1년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였고 그 와중에 판문점에서는 휴전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하균이 연기한 김은표중위는 치열한
 고지탈환전
이 벌어지는 애록고지를 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영화에는 악어중대가 등장한다. 악어중대 역시도 실존하는 부대가 아닌 지어낸 부대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악어중대는 애록고지를 담당하는 부대였던 것이다. 악어중대에서 작전회의를 하던 중  강은표 중위는 자신의 소대원이었다가 실종된 김수혁을 만난다.
그는 어느 새
 이등병
에서 중위로 진급하여 악어중대의 실질적인 리더가 되어 있었다.

막상 고지를 가 보니 고지에서는 김은표 중위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고지를 탈환하고 다시 점령당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이것은 정말 필요없는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 고지를 탈환하기를 수차례 하루에도 고지는 4~5회정도 서로 주인이 바뀐다. 고지를 최대한 점령하는 것이 인근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인상적인 장면이 두장면 있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이 그럴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민군 대좌??의 현정윤 연기를 한 류승룡이 한 말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다.

전투를 하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신하균의 말에 류승룡은
"근데 너무 오래 되어서 잊어 버렸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대사는 아무런 의미없는 전투를 강행하고 지시했던 당시의 지휘관들과 그런 전투로 인해서 
 전쟁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이들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명령 하나에 서로를 죽이고, 또 죽여야 했던 당시 동부전선의 군인들은
무척이나 비참하게 만드는 대사란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란 면에서 바라볼때 불가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강제적인 인간성의 상실이란 부분에서 당시의 지휘관들은 크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후의 전투에서 승리한 국군은 고지를 점령하며 이렇게 환호를 했을 것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12시간만 버텨라!! 살아서 집에가자...." 라고 하는 후반부의 신일영 대위역을 한 이제훈의 연기다.
 
그의 대사에는 살고자 한다면 '네가 죽어야만 내가 산다...' 는 너무나도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내가 국방부 유해 발굴사업에서 유해를 발견했을때와 같이 거룩하고도,
애잔하며..... 가슴이 먹먹한 무엇이었다...

나도 유해를 6구나 발견했었는데 군인의 신분을 떠나 그 당시 전쟁에 참여했을..
그리고 비장하게 전사했을 그들의 시신을 보니 마음속 저 끝 어딘가에서 뭉클한 감정이 일어섰다.

총알과 포탄에 파괴되고 녹슬어 잔해만 남은 철모들
실제 나의 군생활 복무지역에서 발견한 6.25 전쟁의 포탄


그들의 시신은 썩어 없어졌을지라도, 무엇이 그리 한스러운지 순백색의 유해만이 남아 진실을 증언해 주고 있었다.
애석한 것은 그렇게 서로 피흘리고 죽으며 싸우는 전쟁이란 것을 같은 민족끼리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총탄을 맞아 구멍이 나고 녹슬어 버린 철모와 땅속에 묻혀 있는 포탄과 수없이 많은 탄피들 역시 당시 그들의
치열했을.... 눈물나는 전투현장을 반증해 주는 것일 것이다..

 

 

휴전의 의미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책

 


아직도 유일하게 남과 북이 갈라져... 전쟁중인 나라...지금은 다만 휴전이 되어 있어 그 앞을 알 수 없는 나라...

그러니 한반도에 더 이상의 실제의 전쟁은 없어야 겠고, 이런 인간성을 강제로 상실시켜 버리는 전쟁이란 것은 세계안에서 없어져야 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이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처럼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아니고, 헐리우드의 블락버스터 영화들처럼 대규모의 액션씬이나 전쟁씬으로 눈으로, 귀로 재미를 담보하는 영화도 아니다.

다만..... 6.25전쟁에 직면해 있던 국군과 인민군들의 상황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그리려고 했으며 당시 고지에서의 지옥같은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하여 누구나가 영화를 보며 공감할 수 있도록 하리라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 . 영화의 중간에 웃음을 지어내게 만드는 유머적인 코드도 존재하는 진실한 휴머니즘을 표현한 영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못 본 사람이 있다면 이영화... 고지전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