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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 사전 3 - 리뷰 및 창작

외딴방 신경숙의 장편 소설 과거와 현실의 만남

by 잡학사전1 2020. 11. 13.

외딴방이란 책 제목이 자못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혹자는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공포소설같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에는 작가의 어린시절 노동자로서의 삶과 경험이 주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설 안에는 작가가 겪었던, 하지만 우리시대 ‘젊음‘들이 실제로 경험하지 못해 그 정도를 체감할 수 없는 유신시대와 군부정권의 압력과 시민들에게는 대참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책임자는 없는, 그래서 현실은 더욱 냉담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코멘트가 짧게 나오기도 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런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가 위치해 있었다고 하
더라도 그녀 역시 그녀의 삶에 대한 관심뿐인, 약간은 소시민적인 성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녀가 경험한 것은 비단 이런 역사적 소용돌이만이 아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험을 적은 이 책은 자신의 삶을 픽션과 가미하여 창조해낸 자전적 성장 소설일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인권소멸과 암울함의 그림자로

얼룩진 1980년대의 현실을 토로하는 고백적 성찰소설인 것이다. 산업체 특별학급의 풍경이 그녀가 겪었던 1980년대와 후에 그녀가 경험하지 못했을 1990년대와는 또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 글이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일 것이라는 작가의 말..

 

그리고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산업체 특별학급....급변하는 시대속에 노동자들의 인권의 역사도 변화와 진보를 동
시에 가져왔다. 산특에 다니는 학생들이 스스로 임금 협상을 하고 규정된 근무시간의 고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당

연하게 되는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암울한 역사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신선한 바람의 역사를 맞
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산특 학생들 한명 한명에게도 꿈은 있으며 그 꿈의 크기는 비록 다를지라도

그 꿈의 질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한다.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나 자신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는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구절..

 


유신과 인권탄압으로 고통받는 시대속에 살더라도 정말 싫었던 것이 그녀가 살던 외딴방에 추운 겨울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아프고 잔인했던 시절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글쓰기로서는

삶을 앞서나갈 수도, 아니 삶과 나란히 걸어갈 수 조차 없다는‘ 그녀의 또 다른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로서의 문
학에 의한 현실개선의지를 고민했을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차라리 감추고 싶어 저편에 숨어 있어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던 그녀의 기억을 끌어 올려 현실과의 어느 연장선
에서 만남을 가지게 하려 고군분투했을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확실한 것은 그녀의 그 노력으로 저 끝 어딘가에서 그 선들은 만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겐 인상적이었던 소설 2장의 시작하는 말

 

우리가 정말 주목할 만한 것은 그녀가 비록 공장노동자의 삶과 외딴방에서의 삶이 부끄러운 과거라고 생각했을지라
도 1980년대 산업화 추진정책으로 인해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권은 무시되면서 인간 소외 현상이란 것이 시작될
무렵의 암울했던 시절을 이렇게 한편의 책으로 당당히 써 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과거
이지만 이 외딴
방이 언젠가부터 오히려 그녀에게 그리움의 공간으로 다가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980년대 산업현장에서 처절히 고생하고 쓸쓸히 죽어간 한 여성(희재언니)에게 한편의 회고록을 올리는 듯한 작가의 마음속 대화는 아마도 작가가 함께하지 못해 많이도 아쉬워하는 여인이 또 다른 외딴방에서 쓸쓸히 죽어갔던 슬픔에 대한 넋두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가 한 여성(희재언니)에게 넌지시 건네는 마음속의 말들...

 

기실 이 글을 쓴 작가를 떠나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과거와 타협하기 싫은 현실속에서 정신적 방황을 겪
으며 살아가거나 살았었을 시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벽을 깨고 우리들에게 그 중간 어디쯤에 솔직하지
만 조금은 우울한 표현을 담아 이 소설을 던져 놓았다.